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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호크 스테이크 (리버스 시어링, 온도계, 시즈닝)

by stylesens0608 2026. 4. 14.

토마호크 스테이크

 

이렇게나 두툼한 스테이크를 구워보겠다고 마음먹었을 때 솔직히 그냥 팬에 올리면 되는 거 아닌가 하고 쉽게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무게가 있는 4cm 두께의 토마호크를 손에 들었을 때부터 생각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이 글은 리버스 시어링 방식으로 토마호크 스테이크를 직접 구워보면서 느낀 것들을 솔직하게 담았습니다.

리버스 시어링, 왜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할까

제가 처음 시도한 방식은 그냥 센 불에 팬에 올려두는 방법이었습니다. 겉은 그럴듯하게 타는데, 잘라보면 속은 차갑거나 질기게 익어 있었습니다. 두께가 있는 고기일수록 이 문제가 심해집니다. 그래서 결국 선택한 방법이 리버스 시어링(Reverse Searing)입니다. 여기서 리버스 시어링이란 오븐에서 저온으로 속을 먼저 익힌 뒤 마지막에 강한 열로 겉면을 빠르게 구워 마이야르 반응을 완성하는 방식입니다. 쉽게 말해 일반적인 스테이크 조리 순서를 정반대로 뒤집는 것입니다.

이번에 사용한 고기는 국내산 육우 냉장 토마호크로, 두께가 실측 4cm, 무게는 800g 이상이었습니다. 시중에서 두께 2cm짜리가 많다는 걸 감안하면 이 정도 두께는 제대로 된 스테이크를 만들기 위한 최소 조건이라고 봐도 됩니다.

오븐 온도는 105도로 설정했고, 중심부 온도가 50도에 도달할 때까지 약 45분간 천천히 익혔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게 하나 있는데, 철망 위에 고기를 반드시 올려야 한다는 점입니다. 고기 아랫면까지 열이 고르게 닿으려면 바닥에 직접 닿아서는 안 됩니다. 뼈가 붙은 토마호크 특성상 뼈 근처는 특히 온도 전달이 느리기 때문에 온도계 탐침을 뼈 가까이 꽂아두는 것이 좋습니다.

리버스 시어링의 가장 큰 장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중심부 온도를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어 원하는 굽기 재현이 가능합니다
  • 저온 조리로 육즙 손실이 최소화됩니다
  • 겉면 시어링 시간이 짧아져 기름 튐이 줄어듭니다
  • 뼈 근처처럼 열전달이 느린 부위도 균일하게 익힐 수 있습니다

온도계와 시즈닝, 감이 아니라 근거로 굽는 방법

스테이크를 감각으로만 구울 수 있다고 믿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두께가 4cm를 넘어가는 순간부터 손이나 눈으로 속 상태를 판단하는 건 사실상 도박에 가깝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겉이 아무리 잘 익어 보여도 속은 7도짜리 냉장 상태 그대로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블루투스 무선 온도계를 사용했습니다. 무선 온도계의 장점은 오븐 문을 열지 않아도 실시간으로 중심부 온도(Core Temperature)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코어 온도란 고기의 가장 두꺼운 지점 중앙부의 온도를 말하며, 이 수치가 스테이크의 굽기를 결정하는 핵심 기준입니다. 미디엄 레어 기준으로는 55~58도가 목 표값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실제로 이번에는 50도에서 꺼내 시어링 과정에서 58도까지 올라갔고, 결과적으로 원하는 굽기가 정확하게 나왔습니다.

시즈닝(Seasoning) 과정도 그냥 건너뛰면 안 됩니다. 여기서 시즈닝이란 조리 전 소금, 허브 등으로 고기에 맛을 입히는 과정을 뜻하는데, 이번에는 영국산 프리미엄 천일염인 말돈(Maldon) 소금을 사용했습니다. 소금을 고르게 뿌린 뒤 1시간 정도 냉장 보관하면 삼투압 작용으로 표면의 수분이 빠져나왔다가 다시 흡수되면서 간이 고기 안쪽까지 배어듭니다. 이 과정을 건너뛰면 겉에만 짠맛이 도는 경우가 많습니다. 말돈 소금 이후에 건조 로즈 마리와 타임을 뿌리고, 버터 한 조각을 고기 위에 올려두면 오븐 안에서 서서히 녹으면서 풍미가 깊어집니다.

식품 관련 조리 과학에서도 저온 조리법이 단백질 변성을 최소화해 육질을 부드럽게 유지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점이 확인되고 있습니다(출처: 한국식품연구원). 단순히 레시피를 따르는 것을 넘어, 왜 이렇게 해야 하는지를 이해하고 나면 조리 과정 전체가 달라 보입니다.

시어링과 트러플 오일, 완성의 기쁨과 솔직한 고민

오븐에서 꺼낸 고기는 보기에도 좋았습니다. 육즙이 거의 빠지지 않고 형태를 잘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이제 마지막 단계인 시어링(Searing)이 남았습니다. 시어링이란 고온의 열을 이용해 고기 표면에 갈색 껍질, 즉 크러스트(Crust)를 만들어내는 과정으로, 마이야르 반응을 통해 풍미 화합물이 생성됩니다. 마이야르 반응이란 열이 가해질 때 아미노산과 당이 반응하여 고기 특유의 구수하고 복잡한 향미가 만들어지는 화학적 현상입니다.

이번에 사용한 도구는 시어 토치(Sear Torch)였습니다. 기존에 쓰던 일반 요리용 토치는 불길이 강하게 뿜어져 나와 실내에서 다루기 위험하고, 가스 냄새가 고기에 배는 문제도 있었습니다. 한 번은 기름이 사방으로 튀어서 주방 타일까지 닦느라 한 시간을 넘게 썼던 적도 있는데, 그 이후로 시어링 방식을 계속 고민해 왔습니다. 시어 토치는 불을 한 방향으로 집중시키는 방식이라 위에서 아래로, 옆에서 옆으로 자유롭게 방향을 조절하며 안전하게 크러스트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완성된 단면을 보는 순간, 솔직히 그동안의 기다림이 맞았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별다른 소스 없이 한 입 먹었을 때 퍼지는 풍미가 분명히 달랐습니다. 이후에 파리에서 직접 사 온 트러플 향 오일과 트러플 소금을 더하니 주방이 순식간에 다른 공간처럼 느껴졌습니다.

다만 여기서 한 가지 솔직한 이야기를 덧붙이자면, 모든 것이 완벽하게 계산된 결과가 나왔을 때 오히려 감정이 조금 덜 붙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트러플 오일처럼 강한 향을 더하는 것도 비슷한 고민을 남깁니다. 향 자체는 분명 매력적이지만, 그게 고기 본연의 맛을 덮어버리는 순간 이게 고기를 위한 선택인지 연출을 위한 선택인지 헷갈릴 때가 있습니다. 이 방식이 훌륭한 교과서인 건 맞지만, 그것이 유일한 정답은 아니라는 생각도 듭니다.

실제로 스테이크 조리에서 내부 온도 관리가 식품 안전과 맛 품질 모두에 영향을 준다는 점은 여러 기관에서도 강조하고 있습니다(출처: 식품의약품안전처).

개인적으로 이 모든 과정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50도를 향해 올라가던 그 45분 동안 시간이었습니다. 잘 될 거라는 기대와 실패하면 어쩌지 하는 불안이 동시에 올라오던 그 시간이요. 스테이크는 기술도 중요하지만, 결국 그 과정을 얼마나 진심으로 기다릴 줄 아는지가 맛에 고스란히 나오는 것 같습니다. 가끔은 온도계 없이 감각만으로 구워보는 날도 필요합니다. 실패하더라도 그 안에서 배우는 게 분명히 있고, 그런 날의 고기가 의외로 더 맛있을 수도 있는 기억이 되어버리기도 하니까요.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UpguS5JfVD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