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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 꽃등심 버터 튀김 (마블링, 기버터, 새우살)

by stylesens0608 2026. 4. 29.

한우 꽃등심 버터

 

비싼 고기일수록 단순하게 그냥 구워 먹어야 한다고들 합니다. 저 역시도 그런 사람 중 한 명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저는 그날, 한우 1++ 꽃등심을 기버터에 과감히 튀겼습니다. 4cm 두께에 1kg짜리 등심을 기버터 세 병 정도되는 양에 담갔을 때, 솔직히 이 선택이 맞는 건지 이러다 고기를 버리는 것은 아닌지 확신이 없었습니다. 결론부터 말해보자면 그 고기는 지금까지 먹어본 고기 중에 단언컨대 가장 기억에 남는 맛과 식감이었습니다.

마블링 좋은 꽃등심, 굽는 것보다 버터에 튀기면 어떨까

일반적으로 좋은 한우는 팬에 살짝 굽는 것이 정석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저도 그 공식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조리 방식 자체를 다르게 접근해 봤습니다. 기버터(Ghee) 세 병을 냄비에 녹여 튀기듯 익히는 방식이었습니다.

기버터란 일반 버터에서 유청 단백질(카제인)과 유당을 제거하고 순수한 유지방만 남긴 정제 버터를 말합니다. 쉽게 말해 버터에서 불순물을 걷어낸 것으로, 발연점이 높고 향이 훨씬 깔끔합니다. 일반 버터로 같은 조리를 시도하면 금방 타버리지만, 기버터는 고온에서도 안정적으로 유지됩니다.

온도 조절이 핵심이었습니다. 180도 이상 고온에서 튀기면 두꺼운 고기의 겉은 타고 속은 생으로 남는, 흔히 말하는 심부온도(Core Temperature) 불균형 문제가 생깁니다. 심부온도란 고기의 가장 안쪽 중심부 온도를 뜻하는데, 이 온도가 균일하게 올라가야 육즙이 제대로 살아납니다. 그래서 120~150도 사이에서 20분간 천천히 익혔고, 이후 측정한 심부온도는 45도였습니다. 레어(Rare) 기준에 가까운 온도로, 육즙이 최대한 살아있는 상태입니다.

주방에 퍼진 향부터 달랐습니다. 제가 직접 그 자리에 있었는데, 흔히 고기 구울 때 맡던 고소 하면서 약간 자극적인 냄새와는 결이 달랐습니다. 더 둥글고, 부드럽게 감싸는 느낌이라고 표현하는 게 가장 맞을 것 같습니다.

부위별 차이, 꽃등심과 새우살의 식감은 정말 다른가

국내에서 등심(Sirloin)은 크게 세 부위로 구분합니다.

  • 꽃등심: 등심 단면에서 원형의 마블링이 꽃처럼 펼쳐지는 부위
  • 새우살: 등심 안쪽에서 새우처럼 굽은 형태로 자리한 부위
  • 덧등심: 꽃등심 위에 덧붙은 근육 부위

서양에서는 이 전체를 립아이(Ribeye)로 통칭하고 따로 나누지 않지만, 국내에서는 부위별로 식감과 마블링의 분포가 다르다고 봅니다. 이 구분이 실제로 의미 있는지 반신반의했는데, 막상 먹어보니 차이가 분명했습니다.

꽃등심은 마블링이 촘촘하게 박혀 있어 씹으면 지방이 서서히 녹아들면서 감칠맛이 올라왔습니다. 여기서 마블링(Marbling)이란 근육 섬유 사이사이에 지방이 고르게 분산된 정도를 말하며, 한국 축산물품질평가원은 이 마블링 분포를 근내지방도(BMS) 기준으로 1~9등급으로 평가합니다. 1++등급은 BMS 8~9 수준으로, 지방이 가장 촘촘하게 분포된 상태입니다(출처: 축산물품질평가원).

새우살은 예상과 달랐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꽃등심보다 조금 더 씹히는 식감이 있으면서도, 전혀 질기지 않았습니다. 씹을수록 소고기 자체의 향이 진하게 올라오는 느낌이 있었고, 소금을 전혀 찍지 않았는데도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같이 먹었던 사람들 사이에서도 자연스럽게 새우살이 가장 인상적이었다는 평이 나왔습니다.

반면 추가로 익힌 꽃등심 일부는 오버쿡(Over-cook)이 됐습니다. 오버쿡이란 목표한 심부온도를 초과하여 육즙이 지나치게 빠져나간 상태를 뜻합니다. 같은 재료도 온도와 시간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결과가 전혀 달라진다는 걸 그날 한 접시 안에서 직접 확인했습니다.

19만 원짜리 경험, 그 가치를 어떻게 볼 것인가

1kg에 약 19만 원. 솔직히 이 숫자를 처음 봤을 때 잠깐 웃음이 나왔습니다. 평소 마트에서 고기 고를 때 가격표를 두 번 확인하는 저로서는 쉽게 납득되지 않는 금액이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경험하고 나서는 생각이 조금 복잡해졌습니다.

일반적으로 고급 식재료의 가치는 맛의 절대적인 수준으로 판단된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그날 그 판단이 단순하지 않다는 걸 느꼈습니다. 분명 고기 자체의 퀄리티는 압도적이었습니다. 기버터와 만난 조리 방식도 재료의 힘을 최대치로 끌어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그날의 감동이 전부 고기 때문이었는지는 솔직히 확신이 서지 않습니다.

부위마다 다른 인상, 가위바위보로 먹을 조각을 정하던 순간의 진지함, 접시가 비워질수록 커지던 아쉬움. 그것들이 다 섞여서 만들어진 경험이었습니다. 실제로 한국식품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음식의 맛 인지에는 시각, 청각, 사회적 맥락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같은 음식도 환경에 따라 만족도가 달라질 수 있다고 밝혀져 있습니다(출처: 한국식품연구원).

한 가지 솔직히 말하고 싶은 건, 이런 경험이 반복되면 일상적인 식사가 초라하게 느껴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기준이 올라간 뒤 다시 내려오기가 쉽지 않다는 건 제 경험상 분명한 사실입니다. 그래서 이걸 자주 추구하는 건 권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가끔, 기억에 남을 자리에서 한 번쯤 경험해 보는 것으로서의 가치는 충분합니다.

이 경험에서 가장 인상적으로 남은 건 새우살이었습니다. 정말 그중에서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마블링이 화려한 꽃등심보다, 조용하게 맛으로 말하는 새우살이 더 오래 기억에 남았습니다. 한우 등심을 먹게 된다면 새우살은 상대적으로 적은 부위이기에 먼저 찾아드시는 것도 나름의 방법입니다. 조리 방식을 고민 중이라면, 고온 단시간보다는 저온 장시간의 방식을 생각해 보시길 추천합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OGEYfGSnEcA